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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O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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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Opus

Ryuichi Sakamoto - Opus

Opus는 2023년 세상을 떠난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솔로 피아노 연주반이자 동명의 영화 음반이다. 암 투병 중이던 그가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온 힘을 쏟아 부어 연주한 20곡이 담겨 있으며, 작곡가로서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는 직업적 유언장과 같다. 23년 3월 타계 후, 같은 해 12월 개봉한 그의 공연 실황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망 6개월 전 그의 아들이 감독직을 잡아 일주일 가량 촬영했으며, 1시간 48분의 러닝 타임동안 연주하는 장면의 연속이 영화의 특징이다. 지금 소개하는 Opus는 그 영화의 Soundtrack 앨범이다. 앨범은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대표적인 곡들과 최초 공개되는 곡들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같은 곡이지만 더 비장하게 연주되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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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us 포스터

Tong Poo

친구가 준비하는 가게에 짤막하게 일손이 필요해진 어느 저녁. 나는 하릴없는 손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가뜬히 돕고는 그의 연인과 함께 셋이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순댓국을 먹었다. 학교가 어떠니, 요새 경기가 어떠니, 누가 어쩌니, 어느 시절의 대화를 나누며 나의 시절은 어떠하던가 속으로 스스로를 쎄김질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 한국의 빌라촌 특유의 가로등과 떠다니는 몇 개의 간판만이 귀로를 비추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되뇌이며, 스스로 영달을 쫓는 것인가 나의 허영과 집념에게 쫓기는 것인가 헷갈려 오는 그 즈음. 그 때 귀에는 Opus의 Tong Poo가 흐르고 있었다. 어둑한 밤거리는 9시다.

Tong Poo란 곡을 처음 알게된 것은 Frank Ocean의 팟캐스트 프로그램 Homer Radio를 통해서였다. 버전은 Opus가 아닌, 사카모토의 소싯적. 클래식을 하기 이전, 일렉트로닉 밴드 ‘Yellow Magic Orchestra’의 Tong Poo였다. 원곡이라 할 수 있는데, 70년대의 일렉트로닉이라 하기에는 하나도 촌스럽지 않았다. ‘동양적인 느낌의 게임 사운드 일렉트로닉’, 이 말로 간략히 설명해보지만, 이 말로는 독자에게 충분히 와닿지 않음을 알고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함이 있다. 이 시절 나는 쓰리잡 정도를 뛰며 고생스러웠던 때였는데, 알 수 없는 청승 맞음과 반주가 좋아 짬이 나거나 귀갓길에 자주 듣곤 하였다. 반면 Opus의 Tong Poo는 깊은 속을 건드리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편곡되었다. 나는 이 곡에서 뭔지 모를 말 못한 슬픔을 느끼었는데, 그 길에서도 그러했다.

9시의 가로등이 깜빡이는 어둑한 귀갓길, 두 여자가 있다. 두 여자는 또래로 보인다. 한 명은 무릎을 꿇고 아스팔트의 회색 바닥에 널부러진 비닐 봉지를 쥐고 뜻을 알 수 없는 한을 뱉으며 흐느끼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꼿꼿이 선채 빛을 등지고 그 여자의 무릎 꼍에 서서 우는 여자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내려다 보는 얼굴에 표정은 읽히지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두 사람이 뿜어낼 수 있는 감정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우는 여자가 천칭의 한 쪽을 전부 눌러버려서 서 있는 여자가 자신의 감정을 비집고 뱉어낼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감정의 양 극단의 상태에 선 두 여자의 옆은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어귀였던지라, 나는 나라는 길손의 존재로 하여금 그 둘의 감정이 수치심으로 오염될까 마음이 쓰여, 적막속에 쫓기듯 그 둘의 반대편을 쳐다보며 주머니에 손을 꽂고 의도적으로 빠르게, 그러나 의도치 않게 무겁게 걸었다. 그러나 정작 변질된 것은 흐르던 Opus의 Tong Poo에 대한 감상이었다.